사군자/사군자

시조 사군자

고목의향기 2010. 6. 17. 18:00

<사군자>    이희승

 매(梅)

꽃소식 앞장서서 눈속에 피는 고야

창밖에 서린 향기 달빛에 물이들어

맑고도 깔끔한 넋이 방에 가득 번지네.

 난(蘭)

날렵한 잎새들은 바람춤의 가락인가

청초한 꽃망울은 향을 뿜는 입술인가

한사(寒士)의 정궤(淨机)를 에워 한결

훈훈하여라.

 국(菊)

천자만홍(千紫萬紅)들이 번거로이

시새기는

속취(俗趣)를 멀리하여 서릿발 무릅쓰고

쓸쓸한 가을 뜨락에 홀로 봄을 지키네.

 죽(竹)

마디마디 뜻이 뭉쳐 곧으면서 굳세거니

잎잎이 날카로와 풍상(風霜)을 찌를레라

이렇듯 세월을 뚫고 꼬장꼬장 하고나.

 

 玉林蕭蕭竹數竿 두어줄기 소슬한 고운 대나무
風枝露葉帶淸寒 바람가지 이슬 잎 청량한 기운
竹翁 죽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