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봄 비 ( 春 雨 )
尹 弘 燦 (윤홍찬)
柳色雨中新(유색우중신)하고 버들빛은 비맞아 새로워지고
桃花雨中落(도화우중락)이라 복사꽃은 비속에 떨어지네
一般春雨中(일반춘우중)인데 똑같은 봄비 가운데
榮悴自堪惜(영췌자감석)하네 피고 지는 것이 애처롭구나
글귀 풀이
柳色 : 버드나무 잎의 색. 雨中新 : 봄비를 맞고 더욱 새로워짐.
桃花 : 복숭아꽃. 이른 봄에 피는 봄의 전령사. 雨中落 : 봄비를 맞고 떨어짐.
一般 : 보통, 일반, 마찬가지. 榮悴(榮 꽃필 영, 悴 시들 췌) : 꽃피고 시드는 것.
堪惜(堪 견딜 감, 惜 아까울 석) : 애석함을 견딤.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오늘은 촉촉한 봄비가 대지와 우리의 마음에 내립니다. 이 비를 바라보면서 조선 숙종 때 사람 윤홍찬(尹弘燦)이 지은 춘우(春雨)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봄비를 맞고 버들잎은 한층 연록색이 짙어지고, 봄의 전령사였던 복사꽃은 시들어 힘없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똑 같은 비를 맞고 산뜻하게 연록색을 피어올리는 버들잎과 어제의 영화를 뒤로하고 쓸쓸하게 떨어지는 복사꽃, 작자는 대조를 이루는 두 가지 영물을 바라보면서 우리네 인생을 말합니다. 이 세상을 살다보면 한 가지 현상을 두고 좋게 바라볼수도 있고 나쁘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화사하게 피는 날이 있으면 조락할 날도 있습니다. 마지막구를 직역하면 “영화롭고 초췌함(피고 짐)에 스스로 견디기 애처롭다”고 할 수 있지만 어떤이는 “어찌 이렇게 다른 삶이냐”고 의역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복사꽃은 다시 피어나고 버들잎도 언젠가는 단풍들어 시들기 마련이니까요. 그것이 삶이고, 그것이 자연의 이치가 아닐까요. 영고성쇠(榮枯盛衰)를 함께 하는 곳이 바로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요. 이 시에서 작자는 대자연의 섭리를 말하는 듯 하나 인간의 단조롭고 가벼운 생각의 일단을 탄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는 창밖에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를 바라보면서 한번쯤 자연의 조화와 인생무상에 대해 생각해 보는
善鑿者建周而不拔,善基者致高而不蹶
땅을 잘 파면 기초가 튼튼하게 되어 기둥이 뽑히질 않으며
기초를 튼튼히 하면 높이 쌓아도 쓰러지질 않는다.
善爲學者克己而不流, 善交者周而不偏 善和者不比而不黨
진정 학문을 하는 이는 자신의 삿된 욕심을 이겨 황음무도 함에 빠지지 않고
남과 잘 사귀는 이는 두루 사귀되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남과 잘 어울리는 이는 편을 갈라 무리짓지를 않는다.
俗人只媚於竈而不自誠心持矣! 噫! 世事如此, 如之何!
세속의 사람들은 단지 부엌신(실권자)에게 아첨하며 자신의
성실한 마음을 지니지 않는다. 아, 세상사 이러하니 어찌할까!
故君子能行是而不能流於非哉!
그러므로 군자는 옳은 일을 행할 수 있으나 옳지 않는 일에는
빠져들 수 없지 않는가!
頃炎潦則今霖雨將降. 思世事則忽怵怛之心起也.
伏惟雨餘凉風聲
장마철이 되어 오늘은 장맛비가 내리려 하는구나.
세상사 생각하니 슬프디 슬픈 마음이 이는구나.
비 개인 뒤에 서늘한 바람소리가 들리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