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의향기 2011. 4. 28. 16:35

 

 

 

 

 


赤葉明村逕 적엽명촌경   붉은 단풍은 산골길을 밝혀주고

淸泉漱石根 청천수석근   맑은 냇물은 돌부리를 씻어주네
 
地僻車馬少 지벽차마소   외딴 두메라 오가는 사람 드문데

山氣自黃昏 산기자황혼   산그리메 어슴푸레 날이 저무네


 .
제목을 村居(촌거/ 시골에 살면서)라 하는
5언 절구 형식입니다.

이분의 시는 典雅(전아)한 것으로 중국 명나라의
선비들에게서도 높이 평가받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고려말 고려왕조를
향해, 끝까지 節義(절의)를 지킨 三隱(삼은) 傷?BR>한분이시기도 합니다.

오늘의 시는 시골에 은거하는 삶을 간결하고도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赤 葉 明 村 逕 (적엽명촌경)

淸 泉 漱 石 根 (청천수석근)

地 偏 車 馬 少 (지편거마소)

山 氣 自 黃 昏 (산기자황혼)


 
 
단풍나무 잎사귀는 마을길을 밝히고,

맑은 샘물은 돌뿌리를 씻어 준다.

구석진 마을이라 찾는 이들은 적고,

산기운은 제 스스로 황혼으로 찾아 든다.

           해인사팔만대장경

 

  추야우중(秋夜雨中)

           최치원 (崔致遠)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하니     가을 바람에 오직 괴롭게 읊조리니

  擧世少知音(거세/소지음)이라    온 세상에 나를 알아주는 이 적구나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창밖으로 삼경에 비 내리는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이라    등불 앞 이 마음 만 리로 향하네



[어구풀이]

 

唯(유) 오로지, 오직.  苦(고) 괴롭다. 吟(음) ?슈?. 窓(창) 창문. 燈(등) 등잔불.

擧(거) ①들다 : 擧手(거수 ; 손을 들다) ②모두, 다(擧國(거국 ; 온 나라, 국민 전체)

擧世少知音(거세소지음),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두 가지가 전하는데, 의미는 비슷함.

知音(지음) ①음을 알다. 知音(마음을 알아주는 친한 벗으로 백아와 종자기의 고사)

苦吟(고음) : 고심하여 시를 지음.  三更(삼경) : 밤 11 - 1시 사이.

萬里心(만리심) : 마음이 아득한 곳(만리)에 가 있음(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작자가 세상에 자기를 알아줄 만한 사람이 없다는 절대적인 고독감을 표현한 명시이다. <동문선〉에는 '세로'(世路)가 '거세'(擧世)로 씌어 있다. 그의 120여 편에 달하는 시 가운데 시상의 전개나 구조적인 긴밀성이 뛰어나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 시에는 만리 타국 땅에서 가을을 맞는 쓸쓸함과 외로움이 잘 나타나 있다. 작가의 시상(詩想)은 제1구의 '추풍유고음'에 드러나 있고, 그 절대고독의 원인소는 2구의‘소지음’이다. 3구에 나오는 ‘삼경우’는 작가의 눈물이요. 4구의 ‘만리심’은 세상에 어울리지 못하고 떠도는 작가의 심정이다. 특히 3, 4구에서 밖과 안, 시간과 공간, 청각과 시각이 대비를 이루면서 작가의 고독한 심사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에 대해 귀국 전과 귀국 후라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언제 이 시가 씌어졌느냐에 따라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을밤 타국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현대인들에게 많은 감정적 동감을 얻는다. 왜냐하면 현대인들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모두 정신적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 867 ~ ? )]

 

 최치원은 신라말기 정치인, 학자, 문장가, 서예가로 유교, 불교, 도교 및 노장사상에도 조예가 깊었던 시라의 대표적인 지성이었다. 경주출신으로 경주최씨의 시조이며, 12세의 나이에 당나라로 유학, 18세에 빈공과에 급제하였고, 29세때 조국 신라로 돌아와 중앙 부서의 여러 관직을 역임했다.

 그러나 문란한 국정을 통탄하며 외직을 자청, 지금의 함양, 서산 등지의 태수를 지냈으며, 40세 무렵에 이르러서는 이미 망조가 든 나라에서 벼슬하는 것을 단념하고 은거를 결심한다. 관직을 내어놓고 전국 각지를 유랑하다 가야산 해인사에서 여생을 마친 것으로 전한다.

명문으로 이름높은 ‘토황소격문’과 수많은 글을 남겼으며 대표적인 시문집으로 《계원필경》이 있다. 서예가로서도 이름이 높은 그는 <진감선사비>를 직접 짓고 썼다.

 

                               慧超五言詩 혜초오언시


                 月夜瞻鄕路     달 밝은 밤에 고향 길 바라보니

                 월야첨향로


                 浮雲颯颯歸     뜬구름만 너울너울 돌아가네,

                 부운삽삽귀


                 緘書__去便     그편에 편지 봉해 부치려 하나

                 함서첨거편


                 風急不聽廻     빠른 바람 길은 돌아오지 않으리,

                 풍급불청회


                 我國天岸北     내나라는 하늘 끝 북쪽인데

                 아국천안북


                 他邦地角西     딴 나라는 땅 끝 서쪽이네

                 타방지각서


                 日南無有雁     해받이 남방에는 기러기가 없거니

                 일남무유안


                  誰爲向林飛   누가 나를 위해 계림으로 전하러 날아가리.                  수위향림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