楊柳枝詞(양류지사: 버드나무 강가에서 이별을 노래함)
楊柳含煙灞岸春(양류함연파안춘) 수양버들에 안개 서리고
파강 기슭에 봄이 오니
年年攀折贈行人(년년반절증행인) 해마다 가지 꺾어
길 떠나는 님께 드리네.
東風不解傷離別(동풍불해상이별) 봄바람이 이별의 쓰라린 마음
달래 주지 못하고
吹却低枝掃路塵(취각저지소로진) 낮게 늘어진 버들가지엔 봄바람 불어와
길바닥 먼지를 쓸어 가는구나.
靑樓西畔絮飛揚(청루서반서비양) 청루의 서쪽 기슭에 버들 솜이 흩날리고
烟鎖柔條拂檻長(연쇄유조불함장) 안개에 덮인 부드러운 버들가지는
난간을 스치었어라.
何處少年鞭白馬(하처소년편백마) 어디 사는 소년이 백마를
채찍질하며 타고 와서
綠陰來繫紫遊韁(녹음래계자유강) 녹음 우거진 곳에
자줏빛 고삐를 매어 놓는구나.
灞陵橋畔渭城西(파릉교반위성서) 파릉교 기슭에서 위성의 서쪽까지
雨鎖烟籠十里堤(우쇄연롱십리제) 빗속에 십리 둑방 길은
안개로 자욱하여라.
繫得王孫歸意切(계득왕손귀의절) 버들가지에 고삐 매었던 귀공자는
돌아오고픈 마음 간절한데
不同芳草綠萋萋(부동방초록처처) 이 몸의 신세는 꽃다운 풀들이
푸르게 우거진 것만도 못하구나.
條妬纖腰葉妬眉(조투섬요엽투미) 버들가지는 가는 허리 같고
버들잎은 고운 눈썹 같은데
怕風愁雨盡低垂(파풍수우진저수) 바람이 두렵고 비에 시름겨워
낮게 드리웠어라.
黃金穗短人爭挽(황금수단인쟁만) 황금빛 가지를 사람들이
다투어 잡아당기는데
更被東風折一枝(갱피동풍절일지) 봄바람이 다시 불어와
또 한 가지 꺾여지는구나.
按轡營中占一春(안비영중점일춘) 안비영 성안에는 봄이 한창 무르익고
藏鴉門外麴絲新(장아문외국사신) 장아문 밖 실버들은 새로이 물오르네.
生憎灞水橋頭樹(생증파수교두수) 밉기도 하여라. 파수교의 버드나무는
不解迎人解送人(불해환인해송인) 오는 사람 고삐는 안 풀어주고
가는 사람 고삐만 풀어주는구나.
※ 참고
1. 지은이는 허난설헌.
2. 중국에서는 男. 女가 불가피하게 헤어져 있게 될 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주는 풍습이 있었다.
이는 버드나무는 꺾어서 가져다 심으면
땅에 뿌리를 박고 잘 자라기 때문이다.
사실 버드나무는 물기를 땅에서 받으면 죽지 않고 잘 살아난다.
이렇듯
떨어져 지내는 연인 사이에 꺾어준 버드나무를
자기로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3. 灞岸(파안)은 灞水(파수) 언덕이라는 뜻이다.
파수는 중국 섬서성 남전현에서 장안 옆을 흘러서 위수로 빠지는 강이다.
4. 攀折(반절)은 더위잡고 오를 반, 당길 반, 꺾을 절 이므로 잡아 당겨 꺾다.
5. 不解傷(불해상)은 아닐 부, 풀 해, 상할 상 이므로
상한 마음을 달래 주지 못한다.
6. 吹却低枝(취각저지)는 불 취, 물리칠 각, 낮을 저, 가지 지 이므로
바람 불어와 늘어진 가지를 밀어내다.
7. 掃路塵(소로진)은 쓸 소, 길 로, 티끌 진, 먼지 진 이므로
길에 먼지를 쓸다.
8. 靑樓(청루)는 푸를 청, 다락(누각) 루 이므로 직역하면
푸른 누각이지만 기생이 있는 술집을 의미한다.
9. 西畔(서반)은 서녘 서, 두둑(약간 높은 언덕, 밭두렁, 논두렁) 반,
물가 반 이므로 서쪽 기슭.
10. 絮飛揚(서비양)은 솜 서, 버들개지 서, 날 비, 날릴 양 이므로
버들 솜이 흩날리다.
11. 烟鎖(연쇄)는 연기 연, 안개 연, 쇠사슬 쇄 이므로
안개에 막힌. 안개에 덮인.
12. 柔條(유조)는 부드러울 유, 가지 조 이므로 부드러운 가지.
13. 拂檻長(불함장)은 떨칠 불, 우리(난간) 함 , 길 장 이므로
난간을 길게 떨치다. 즉 난간을 스치다.
14. 鞭白馬(편백마)는 채찍 편 이므로 백마를 채찍질 하다.
15. 繫紫遊韁(계자유강)은 맬 계, 자줏빛 자, 놀 유, 고삐 강 이므로
놀 때 사용하는 자줏빛 말고삐를 매어 놓다.
16. 灞陵橋畔(파릉교반)은 두둑 반, 물가 반 이므로 파릉교 기슭.
파릉교는 중국 장안 동쪽 지역에 있는 다리로,
옛날 중국 장안에 사는 사람들이 이 다리에서 버들가지를 꺾어 주면서,
이별을 하였다 한다.
17. 渭城西(위성서)는 위성의 서쪽인데,
위성은 장안에 있는 지역 명칭이다.
18. 雨鎖烟籠(우쇄연롱)은 비 우, 쇠사슬 쇄, 연기 연, 안개 연,
농(농락) 롱, 새장 롱 이므로 빗속에 안개에 막히다.
즉 빗속에 안개가 자욱하다.
19. 王孫(왕손)은 직역하면 임금의 손자 또는 후손인데,
흔히 귀족의 후예, 귀공자 또는 소중한 사람으로 쓰였다.
왕손이란 말은 기원전 중국 초나라의 충신이자 학자로 유명한
굴원에 관한 「楚辭(초사: 굴원의 글을 모아 한나라 유황이 편집한 책)」의
〃王孫遊兮不歸(왕손유혜불귀) 春草生兮萋萋(춘초생혜처처)〃
라는 구절에서 유래 되었다.
위의 한문을 해석하면
왕손의 노닒이여! 돌아가지 않도다.
봄풀의 돋아남이여! 무성하게 우거졌도다. 이런 뜻이다.
20. 歸意切(귀의절)은 돌아갈 귀, 돌아올 귀, 뜻 의, 생각 의,
끊을 절, 절실할 절 이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21. 條妬纖腰(조투섬요)는 가지 조, 투기할 투, 가늘 섬, 허리 요 이므로
버들가지는 탐날 만큼 가는 허리 같다.
22. 葉妬眉(엽투미)는 잎 엽, 투기할 투, 눈썹 미 이므로
버들잎은 탐날 만큼 고운 눈썹 같다.
23. 怕風愁雨(파풍수우)는 두려워할 파, 바람 풍, 근심 수, 비 우 이므로
바람이 두렵고 비 오는 것이 근심스럽다.
24. 盡低垂(진저수)는 다할 진, 낮을 저, 드리울 수 이므로
가급적 아주 낮게 드리우다.
25. 黃金穗(황금수)는 이삭 수 이므로 황금 이삭.
26. 短人爭挽(단인쟁만)은 짧을 단, 사람 인, 다툴 쟁, 당길 만 이므로
키 작은 사람들이 서로 잡아당기다.
27. 更被(갱피)는 고칠 경, 다시 갱, 이불 피, 미칠 피 이므로
다시 미치다. 다시 덮치다 즉 다시 불어와.
28. 按轡營(안비영)은 옛날 중국에서 역마를 관리하는 관청.
29. 藏鴉門(장아문)은 만리장성 성문 가운데 하나인데,
감출 장, 광 장, 큰 부리 까마귀 아, 문 문 이므로 까마귀가 모여든 광장의 문.
실제로 장아문 밖 머드나무 에 까마귀들이 하도 많이 깃들어 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30. 麴絲新(국사신)은 누룩 국, 실 사, 새 신 이므로
누런 실버들이 새로 물이 오르다.
31. 生憎(생증)은 날 생, 일어날 생, 미워할 증 이므로 미움이 생기다.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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