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月二日立春이황
黃卷中間對聖賢(황권중간대성현) 누른 서책 속에서 성현을 마주하며
虛明一室坐超然(허명일실좌초연) 밝고 빈 방에 초연히 앉았노라
梅窓又見春消息(매창우견춘소식) 매화 핀 창가에서 또 봄소식을 보면서
莫向瑤琴嘆絶絃(막향요금탄절현) 거문고 줄 끊어졌다 탄식하지 않노라
이른 봄을 알리는 입춘. 이 때 꽃 중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이 매화이다.
매화를 애호한 사람 가운데 조선시대 퇴계 이황선생은 유별나다.
그는 매화를 보면서 지은 시 100여 수를 따로 모아 ‘매화시첩’을
꾸밀정도로 매화를 아꼈다.
이 시는 퇴계선생이 52세 때 지은 입춘시 2수 가운데 한 수로 퇴계집에 실려있다.
사람들은 이 시를 두고 퇴계선생이 단양군수 재임 때 만났던 두향이란 여인을
그리워하면서 지은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퇴계선생은 48세 때 단양군수로 부임하여 18세 된 관기 두향과
9개월 남짓 함께있다 풍기군수로 옮겼면서 이별했다.
풍기로 옮길 때 두향은 오래된 고매화분을 선물로 전하였고,
퇴계는 이 화분을 마치 두향을 대하듯 애지중지 키웠다고 전한다.
이 시에서도 그 마음이 잘 전달되고 있다.
입춘 즈음에 허전한 빈방에서 오래된 서책을 읽노라니
매화는 개화시기가 되자 변함없이 다시 하얀 속살을 드러내면서 피어오른다.
그 매화를 보니 아련히 거문고를 치면서 정담을 나누었던 두향이 생각난다.
두향이를 향한 진한 그리움이 싯구 속에 묻어난다.
임종을 앞두고 매화에 물을 주라고 말한 퇴계의 매화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바로 두향이를 그리워하는 말없는 그리움이었던 것이다.
올 봄 매화를 보면서 다시금 그들의 절절한 마음을 회상해 본다.
이황(李滉) 1501(연산군 7) ~ 1570(선조 3)
조선 중기의 문신·성리학자. 이기호발설(理氣互發說) 등 주리론적 사상을 형성하여
주자성리학을 심화·발전시켰으며 영남학파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좌찬성 식(埴)의 7남 1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나 7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12세 때 작은아버지 우(堣)로부터 〈논어〉를 배웠으며,
1527년(중종 22) 진사시에 합격하고, 성균관에 들어가 이듬해 사마시에 급제했다.
1534년 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부정자로 등용된 이후
박사·전적·지평 등을 거쳐 세자시강원문학·충청도어사 등을 역임하고
1543년 성균관사성이 되었다.
1546년 낙향하여 낙동강 상류 토계(兎溪)에 양진암(養眞庵)을 짓고,
이 때 토계를 퇴계라 개칭하고 자신의 호로 삼았다.
1548년 단양군수가 되었다가 곧 풍기군수로 옮겼다.
1560년 도산서당(陶山書堂)을 짓고,
이로부터 7년간 독서·수양·저술에 전념하는 한편, 많은 제자를 길렀다.
그 뒤 그의 학문의 결정인〈성학십도 聖學十圖〉를 저술하여 선조에게 바쳤다.
이듬해 낙향했다가 1570년 병이 깊어져 70세의 나이로 죽었다 삼도헌의 한시산책 271 / 2013년 2월14일 발송
단기4345년,2012년도 4월달력/春江花月夜 봄 강 꽃 달 밤 - 張若虛 /8폭병풍/춘강 제작
春江花月夜 봄 강 꽃 달 밤 張若虛
春江潮水連海平(춘강조수연해평):봄 강은 밀물에 바다와 평평하고,
海上明月共潮生(해상명월공조생):강 위의 밝은 달은 조수와 함께 떠오르네
灔灔隨波千萬里(염염수파천먼리):일렁이는 물결 따라 천만리를 비추니, 何處春江無月明(하처춘강무월명):봄 강 어디엔들 달 아니 밝으리.
(灔 출렁거릴 염)
江流宛轉繞芳甸(강류완전요방전):강물은 꽃이 핀 들을 에워 돌고,
月照花林皆似霰(월조화림개사산):달빛에 꽃 숲은 싸락눈 내린 듯.
空裏流霜不覺飛(공리류상불각비):서리가 허공에 내리는지 모르고,
汀上白沙看不見(정상백사간불견):강가 흰모래도 분간 할 수 없네.
江天一色無纖塵(강천일색무섬진):강과 하늘이 한 색으로 티끌도 없이,
皎皎空中孤月輪(교교공중고월륜):밝디 밝은 저 허공에는 외론 달만 두둥실.
江畔何人初見月(강반하인초견월):강가에서 누가 처음 저 달 보았고,
江月何年初照人(강월하년초조인):강의 달은 그 언제 처음으로 사람을 비췄나.
人生代代無窮已(인생대대무궁기):인생은 대대로 이어져 그침이 없는데, 江月年年只相似(강월년년지상사):달은 해가 바뀌어도 그대로이네.
不知江月待何人(부지강월대하인):강에 뜬 저 달은 누구를 기다리는가,
但見長江送流水(단견장강송류수):장강은 그저 물만 흘려보낼 뿐.
白雲一片去悠悠(백운일편거유유):흰 구름 한 점 유유히 흐르고,
靑楓浦上不勝愁(청풍포상불승수):푸른 단풍든 포구에서 시름에 겹네.
誰家今夜扁舟子(수가금야편주자):이 밤 뉘 집에서 일엽편주의 나그네되리,
何處相思明月樓(하처상사명월루):그리는 명월루가 어디에 있기에,
可憐樓上月徘徊(가련누상월배회):가련한 누각에는 달빛만 맴돌고,
應照離人粧鏡臺(응조이인장경대):저 달빛은 아내의 경대도 비추이고 있겠지.
玉戶簾中卷不去(옥호렴중권불거):달빛은 발 걷어도 걷히지 않고,
搗衣砧上拂還來(도의침상불환래):다듬이에 떨쳐도 다시 돌아오네.
此時相望不相聞(차시상망불상문):한 시에 서로 바라봐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願逐月華流照君(원축화월류조군):달빛을 따라가 그대에게 비추었으면
鴻雁長飛光不度(홍안장비광불도):기러기 멀리 날아도 달빛을 못 넘고, 魚龍潛躍水成文(어룡잠약수성문):물고기 뛰어 올라 물결무늬 만드네.
昨夜閑潭夢落花(작야한담몽낙화):간밤에 꾼 쓸쓸한 강가에 꽃 지는 꿈,
可憐春半不還家(가련춘반불환가):가련한 봄이 다 가도록 못 돌아가네.
江水流春去欲盡(강수류춘거욕진):강물은 봄을 다 흘려보내려하고,
江潭落月復西斜(강담낙월복서사):강물속의 기우는 달빛은 서쪽으로 비끼네
斜月沈沈藏海霧(사월침침장해무):기우는 달은 바다 안개에 싸여,
碣石瀟湘無限路(갈석소상무한로):갈석산에서 소상강까지 멀고도 먼 길.
不知乘月幾人歸(부지승월기인귀):달빛 밟아 고향에 간 이 몇인가,
落月搖情滿江樹(낙월요정만강수):지는 달만 강가의 숲을 적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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