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죽음은 아름답다
작가 최인호의 죽음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당대의 소설가이기에 사회적 관심도 많았고 새삼스럽게 그의 일생에 대한 여러가지 일화가 소개되기도 하였다. 그는 우리나라 문학사에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커다란 획(劃)을 남기고 간 작가이기에 이 이상의 얘기는 삼가하고자 한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어떻게 살다가 언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기에 이를 미리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삶이 끝나는 때를 알 수 없으므로 매 순간을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생각하며 살아야 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등 죽음에 대한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죽음준비는 당장 죽을 준비를 하라는 것이 아니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에 대하여 미리 준비를 해 두자는 것이다. 준비된 죽음은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인간의 존엄성을 느끼게 한다.
나이가 들어도 재산문제가 아니라 죽음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는사람이 많다. 죽음준비가 안 되어서 끝까지 발버둥치느라 살아오면서 생전에 쌓아 놓은 덕과 행적을 모두 망가뜨리고마는 불행한 죽음도 많다.
죽음의 모습은 먼저 떠나는 사람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선물이므로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것도 훗날이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어느날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꼭 다가오고 마느 그 날을 위해 눈감고 있는 그 옷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생의 마지막 입고 가는 그 옷, 수의를 말이다.
사람은 때로는 눈 감으면 모든 것이 끝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사람이 눈을 감고 나면은 살아 있는 사람들은 그가 살아 있을 때의 행적을 가감없이 평가한다. 나 죽으면 모든게 끝나는데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이는 남아 있는 가족에게 큰 폐를 끼치게 되고 내보이지 않고 싶은 모습까지 다 보이게 될 수도 있다.
노년이 되면 당장 필요가 없는 물건은 언젠가 쓰일 때가 있겠지 하고 간직하지 말고 과감히 처분해야 한다. 자잘한 추억의 물건들에 집착하지 말고 책이나 옷도 정리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좋다. 사후에는 옷은 모두 쓰레기통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사진은 나에게는 소중하지만 유족이 꼭 간직해야 할 몇 장의 사진만 남겨 놓고 과감히 없애 버려야 한다. 집착을 버리면 마음의 평화가 저절로 따라온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선산이 있으면 모르지만 미리 <공원묘지나 납골당>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자식들은 부모생전에 이를 미리 준비해 두지 않기 때문에 변을 당하면 무척 당황하게 된다.
또 혹시 있을지 모를 자녀간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 <유언장>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유언장은 자필로 이름.날짜.내용.주소를 쓰고 서명 대신 도장을 찍어야 한다. 유언장은 변호사의 공증을 받아야 유효한 것으로 흔히 알고 있는데 재산 규모가 크지 않거나 분쟁의 우려가 적다면 <자필증서 유언장>으로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변호사의 공증을 받아야 놓으면 제일 확실하나, 비용때문에 미리 겁을 먹는데 공증수수료는 얼마되지 않는다.
요즘 안락사가 노년의 화두가 되고 있는데,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를 하지 말라는 <사전의료의향서>를 미리 써 놓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 양식이 나와있다.
또 <사전장례의향서>란 양식이 있어, 부의금, 음식대접, 수의와 관 등 장례의식과 절차에 대하여 세세한 항목까지 본인이 미리 작성해 놓을 수 있다.
장례식은 소박하고 간단하게 하고 가족들은 너무 슬퍼하지 말고, 조문객도 고인을 추억하면서 사소한 것이라도 그가 생전에 한 많은 일의 의미를 얘기하고 한 평생을 잘 살다갔다고 축복하고 부러워하는 자리여야 한다. 죽음은 삶을 잘 꾸려온 사람을 기릴 수 있는 기회인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죽음은 떠나는 자에게나 남는 자에게 슬픈 일이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맞는 죽음은 유족에게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과 슬픔을 안겨준다.
사람은 누구나 죽고 우리는 항상 누군가를 떠나보낸다. 삶의 연장선에 죽음이 있듯이 죽음은 삶의 일부이다. 또한 우리가 생을 더욱 가치았게 느끼는 것은 삶이 가지고 있는 유한성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죽음을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삶의 일부이자 평안으로 바라보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죽음이 별거냐, 죽으면 그뿐이지 아무것도 아니라는 태도는 생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진지함의 결여에서 나오는 아주 무책임한 얘기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고유한 삶이 있듯이 각자의 고유한 죽음이 있다. 누구나 아름다운 죽음을 원한다. 그렇다면 아름다운 죽음은 과연 어떤 죽음이며 그것을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가. 눈 앞의 것만 바랍보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삶은 생의 중요한 부분을 잃게된다. 사람은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에 최고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신비한 존재이므로 끝까지 사색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죽음없는 삶이 없고 삶없는 죽음이 없듯이 죽음은 엄연한 우리 삶의 일부다. 죽음을 사랑한다는 것은 빨리 죽으려고 애쓰면서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최선을 다해 끝까지 감당하며 죽기까지 사는 것을 뜻한다.
죽음준비는 당장 죽을 준비를 하자는 것이 아니며 어떻게 죽을지 그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자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서 지금 내가 살아가는 방식을 진지하게 돌아다보고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淸閑
당신도 울고 있네요 / 김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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