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봉 박행보(金峰 朴幸甫)는 전남 진도 출생으로 호는 금봉(金峰). 남종화의 전통을 지켜 온 의재 허백련(毅齊 許百鍊)과 서예의 대가인 소전 손재형(素全 孫在馨)에게 사사, 한학자인 만취 위계도(晩翠 魏啓道)씨를 광주(光州)로 이사 오도록 주선하여 한시(漢詩)를 익혔다.
12회 국전에서 입선을 시작으로 특선과 문화공보부장관상, 국무총리상, 국전 추천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대한민국 문인화대전과 대한민국 서예대전 심사위원, 미술대전 운영위원장, 광주비엔날레 이사, 한국문인화협회 이사장, 호남대 미술과 전임강사 등을 역임하였다. 또한 한국서예 100인전 출품(예술의 전당)과 전남대학교 미술대학에 출강하는 등 후배양성에 힘을 기울여 온 그는 2003년 옥관문화훈장을 수상하였다.
이경성 미술평론가는 1978년 4월에 개최된 『박행보 동양화전』에 즈음하여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화가 박행보의 작품세계는 은사인 허백련의 작품세계에서 출발하였다. 전승과 계승이 유일한 방법이었던 시대에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출발은 허백련의 작품세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오늘날 도달하고 또 앞으로 가고 싶어하는 것은 그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기의 것을 발견하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산수화는 허백련적인 요소가 짙은 것과 독특한 운염법을 쓴 자기적인 것이 눈에 띈다. 앞의 경향의 작품은 스승이 즐겨 쓴 미점이나 피마준 같은 것이 그대로 이어졌고 색조도 안온한 격조를 바탕으로 되도록 새로운 감각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그의 예술의 시발점을 드러낸 작품과 또 하나 그가 진정 가고 싶어하는 세계가 생략과 독특한 변화로 실현한 제2의 작품들이다. 이것에도 엄밀히 따지고 들어가면 두 가지 경향이있다. 하나는 선으로 공간을 설정하고 여백공간을 충분히 살리고 있는 계열과 또 하나는 운염법으로 화면에 양감을 조성하는 계통이다. 어느 것이 화가 박행보의 본질이냐는 것은 앞으로의 전개로서 판가름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프랑스 한국 문화원 초대로 파리에서 개인전을 얼게 되는 그의 작품 경향은 앞에서 이야기한 두가지 양식 중에서 생략과 독특한 파묵으로 이룩한 작품세계이다. 산수화 32점을 봄, 여름, 가을을 주제로하고 있는데 한결같이 짜임새있는 구도에다 속도있는 붓의 운동으로 이룩된 작품들이다. 그리하여 그가 도달하고 있는 작품세계는 그가 화가로서 형성과정에서 가장 소중히 여겼던 허백련의 기법을 탈피해서 자기 나름대로의 조형세계에 도달했던 것이다. 그것은 세밀보다는 전체를, 구상보다는 추상을, 시각보다는 생각을 앞세우는 그러한 주관의 세계였던 것이다. 그가 바라다보는 한국의 산수는 있는 그대로의 한국의 자연이지만 그가 그림 위에 실현시킨 자연은 그가 본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그가 해석한 또 하나의 자연인 것이다. 그는 화가로서 우선 자연을 봄으로써 창조의 기틀을 마련하고 기법을 통해서 표현을 화면에 완성함으로써 또 하나의 창조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객지인 파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는 점 때문에 작품의 크기가 작고 획일적으로 된 것은 전시의 효과로 보아서는 불리하지만 그건 역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와 같은 획일적인 화면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그가 담으려는 작품 내용의 크기는 시원스럽게 터져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그림 > 동양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조선화 세계] 황인제 등 북한작가의 작품(2) (0) | 2014.07.25 |
---|---|
[스크랩] 心如水의 삶 (0) | 2014.05.27 |
[스크랩] 묵화 (0) | 2014.05.19 |
[스크랩] 한국화 이해 (0) | 2014.05.19 |
[스크랩] 한국화 금보(錦寶) 김헌순 작가의 산수화 (0) | 2014.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