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읊다(偶吟;우음)
송 한 필
花開昨夜雨(화개작야우)요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화락금조풍)이라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졌구나
可憐一春事(가련일춘사)가 가련하다 한 봄의 일이여
往來風雨中(왕래풍우중)이라 비바람 속에서 왔다 가는구나
* 삼도헌과 함께 맛보기
앞의 두 구는 너무나 유명한 댓구이다. 작자는 이 구절로 봄날의 애상적인 느낌을 전한다. 오래 동안 봄을 기다려 겨우 핀 꽃이 간밤의 바람에 떨어졌다. 이 시 속에서 작자는 어떤 꽃을 보고 봄을 느꼈는지 모르지만 그가 보았던 봄꽃이 간밤의 비바람 때문에 사라졌다. 짧은 봄날에 살짝 피었다 애석하게 떨어진 봄꽃을 보고 작자는 안타까워 하고 있는 것이다. 백낙천도 “복사꽃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흩날리고, 배꽃은 아득히 내리는 눈처럼 떨어진다(도표화염염桃飄火焰焰, 이타설막막梨墮雪漠漠)”고 하였듯이 봄날 잠시 동안 우리를 즐겁게 하는 꽃을 보고 읊은 시는 고금이 다르지 않다.
절정이다 싶으면 어느새 시들고 떨어져야 하는 꽃의 운명이 마치 우리네 인생길과 같다. 세상 어디에도 영원은 없던가. 너무도 짧은 순간에 가버리고 마는 꽃의 조락. 바람과 비에 의해 시들고 떨어지는 꽃. 그 꽃이 주는 이미지는 쓸쓸함과 가련함을 내포하고 있다. 모란이 지자 봄이 가버렸다는 김영랑의 시처럼 작자의 봄은 그렇게 지는 꽃과 함께 가버렸다.
금년 우리의 봄꽃은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피었다가 언제쯤 순식간에 떨어져 버릴까. 우리는 또 얼마나 애석해 할까...
* 송한필(宋翰弼)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 · 문장가. 본관은 여산 ( 礪山 ). 자는 계응(季鷹), 호는 운곡(雲谷). 사련(祀連)의 4남 1녀 중 막내아들로, 익필(翼弼)의 동생이다. 그의 형 익필은 이이(李珥)를 따랐는데 동인들이 이이에 대한 원망을 익필에게 전가하여 일족을 노예로 삼았다. 그는 형 익필과 함께 선조 때의 성리학자 ·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는데 이이는 성리학을 토론할 만한 사람은 익필형제뿐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이름이 높았다. 그의 시 32수와 여러 가지 저서들이 익필의 ≪ 구봉집 龜峯集 ≫ 에 실려 있다
등루(登樓)-이옥봉(李玉峰)
누대에 올라-이옥봉(李玉峰)
小白梅逾耿(소백매유경) : 작은 흰 매화꽃 더욱 빛나고
深靑竹更姸(심청죽갱연) : 짙푸른 대나무는 한창 곱구다
憑欄未忽下(빙난미홀하) : 난간에 기대어 홀연히 내려오지 못하니
爲待月華圓(위대월화원) : 달 떠올라 둥글어질 때까지 기다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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