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시와 시조등

정철 시조

고목의향기 2010. 8. 4. 11:51

내 마음 베어내어 저달을 만들고자
구만리 장천에 번드시 걸려있어
고온님 계신곳에 가 비춰어나 보리라

나의 마음을 베어 내어 저 달을 만들고 싶다
그리하여 높고 먼 하늘에 번 듯이 떠 있으면
임금님이 계신 곳을 훤하게 비추어 드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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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에 눈이 오니 가지마다 꽃이로다
한가지 꺾어내어 임계신데 보내고자
임이 보신후에야 녹아지다 어떠리

소나무 숲에 눈이 쌓이니 그 모습이 마치 꽃이 된 듯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혼자 보기가 죄송하니
한 가지를 꺾어서 임 계시는 곳으로 보내드리고 싶다
임께서 보신 다음에야 녹아진들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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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병이드니 정자라도 쉴이 없다
호화히 섰을때는 올이갈이 다쉬더니
잎지고 가지 꺾은후는 새도 아니 앉는다

나무도 병이 들면 정자나무라도 그 그늘 밑에서 쉴 사람이 없구나.
나무가 무성하여 호화롭게 서 있을 때 오는 이 가는 이 다 쉬더니
잎이 떨어지고 가지가 꺾인 후에는 새 마저도 앉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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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원 원주되어 시비를 고쳐닫고
유수청산을 벗삼아 던졌노라
아이야 벽제에 손이라거든 날 나갔다 하여라

신원의 원주가 된 뒤 사립문을 다시 닫고,
흐르는 물과 푸른 산을 벗삼아 내몸을 그 속에 맡겨 버렸노라
아이야 만일 벽제를 거쳐서 오는 손님이 와서 나를 찾거든 나갔다고 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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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저멋거니 돌히라 무거울가
늙기도 설웨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머리 위에 이고, 등에 짐을 진 저 늙은이 그 무거운 짐을 나에게 넘겨주시오.
나는 아직 젊었으니 돌인들 무겁겠오. 내 가져다 드리리다.
늙은 것만도 서러울 터인데 짐까지 지고 다니시다니어버이 살아실 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엇지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이 작품은 정 철의 훈민가(訓民歌) 중의 하나로, 부모가 살아 계실 때에 효도를 다 하여라.
돌아가신 뒤에 슬프다고 울기만 하면 무엇 할 것인가.
사람 한 세상에 태어나서 돌이키지 못하는 일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효도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효(子孝)를 가르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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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곳 아니시면 이몸이 살았으랴
하늘같은 은덕을 어디에다 갚을가

지은이는 훈민가의 맨 첫머리에도 시작하여 부모에 대한 자효(子孝)는 인륜의 기본이며 대강(大綱)이란 것을 역설하였다.


재 넘어 성 권롱 집에 술 익단 말 어제 듣고
누은 소 발로 박차 언치 놓아 지즐 타고
아희야 네 권롱 계시냐 정 좌수 왔다 하여라

성권롱(成權農) :권농은 지방에서 농사를 권장하는 유사(有司) 친구였던 성혼을 가리키는 말
언치  안장 밑에 까는 털 헝겊

제 넘어 성 권농네 집이 있는데, 그 집에서 담근 술이 익었다는 기별을 어제 받고,
누워서 반추(反芻)를 즐기고 있는 소를 발로 차 일으켜 언치만 놓아 눌러 타고,
성 권농 집에 이르러 아이를 불러 이르기를 정 좌수가 왔다고 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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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병이 드니)

 남누도 병이 드니 정자라도 쉴 이 없다

호화히 섰을 제는 올 이 갈 이 다 쉬더니

잎 지고 가지 꺾은 후는 새도 아니 앉는다.

  이 작품에서는 쉬어가는 사람들을 ‘쉴’, 오고가는 사람들을 ‘올’과 ‘갈’ 등의 시어로 축약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축약을 통해,
울림소리 ‘ㄹ’이 반복되어 시의 리듬감이 살아나고 있음이 느껴진다. 또한, ‘잎 지고 가지 꺾은 후는 새도 아니 앉는다.’
 에서 본래 문장은 ‘새도 앉지 않는다.’이다. 하지만 언어를 시의 형식에 맞게 ‘아니 앉는다.’로 재배열 하여, 새마저 머무르지 않는
 병든 나무의 모습이 좀 더 명확히 그려진다.

 (잘새는 날아들고)
잘새는 날아들고 새달이 돋아온다

외나무 다리에 혼자 가는 저 중아

네 절이 얼마나하관데 북소리 들리느니.

  이 작품 역시 ‘잘’,‘날’,‘들’,‘달’,‘절’,‘리’등에 사용된 울림소리 ‘ㄹ’이 반복적으로 사용 되어 전체적인 리듬감 형성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정철의 시조들은 어렵고 상투적인 표현의 배열이 아니라, 이해가 쉬운 어휘를 사용하면서도 단어 배열의 변경 혹은 조합으
 의미가 명확히 전달된다. 또한 ‘소리의 틀’에서 벗어나 그것을 활용하는데에 있어 능수능란하여 시조를 노래로 만들어도 무색할 정도의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송광 정철이 수많은 시조 작가들을 제치고 윤선도와 함께 시조의 쌍벽을 이루는 '대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윤선도의 오우가)

 오우가 五友歌

내 버디 몇이나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 밖에 또 더하여 머엇 하리.

           水
구름 빗치 조타 하나 검기를 자로 한다.
바람 소리 맑다 하나 그칠 적이 하노매라.
조코도 그츨 뉘 업기는 믈 뿐인가 하노라.

           石
고즌 므스 일로 퓌며셔 쉬이 디고
플은 어이 하야 프르는 듯 누르나니
아마도 변티 아닐손 바회 뿐인가 하노라.

           松
뎌우면 곳 퓌고 치우면 닙 디거늘
솔아 너는 얻디 눈 서리를 모르는다.
구천(九泉)의 불희 고든 줄을 글로하야 아노라.

           竹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거시,
곳기는 뉘 시기며 속은 어이 뷔연는다.
뎌러코 사시예 프르니 그를 됴햐 하노라.

           月
쟈근 거시 노피 떠셔 만물을 다 비취니
밤듕의 광월(光月)이 너만 하니 또 잇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벋인가 하노라.

작자가 56세 때 해남 금쇄동(金鎖洞)에 은거할 무렵에 지은 《산중신곡
(山中新曲)》속에 들어 있는 6수의 시조로, 수(水) ·석(石) ·송(松) ·죽(竹)
·월(月)을 다섯 벗으로 삼아 서시 다음에 각각 그 자연물들의 특질을 들어 자신의
자연애와 관조를 표백하였다. 이는 고산문학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것으로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어 시조를 절묘한 경지로 이끈 백미(白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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